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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대기업 회계팀, What is it?

Created
2024/03/04 05:25
Tags
회계
재무
취업
본 후기는 필자의 브런치에 게시한 글을 Notion Blog로 옮겨온 것입니다. 브런치 최초 게시 일자는 2018년 4월 18일인 점을 참조 부탁 드립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만큼이나 자주 받는 질문이 '어떤 업무 하세요?' 입니다. 그리고, '회계팀에 있어요' 라고 답하면 흔히 돌아오는 답변은 '대단하세요, 저는 숫자 못 하겠던데...' 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회계팀의 본질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회계팀은 어떤 공간인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가감없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는 KICPA / AICPA 모두 미 소지자이며 대기업 공채를 통해 회계팀으로 입사한 경우임을 밝힙니다. 업계별/회사별로 업무 범위, 생활 환경 등에는 차이가 존재하므로 참고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 회계란 무엇인가요?

특정의 경제적 실체(economic entity)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용한 재무적 정보(financial information)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또는 체계. - 회계의 정의 (출처 : 두산백과)
저도 경영학부 신입생 시절에는 저 문장을 읽은 후,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저 문장을 다음과 같이 바꿔드리겠습니다.
"각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성적표를 만들어서 대중에게 공개하고, 내부적으로도 공유하는 과정"
세상에는 수 많은 회사가 존재하고, 각 회사는 다양한 경영 활동을 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생활에 필요한 수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한 회사로부터 공급 받게 됩니다.
우리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후 가계부를 작성할 지 여부는 각 개인의 선택이지만, 우리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주는 각 회사의 경우 상당수의 회사에 대해 가계부 작성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 가계부를 작성하여 대중에게 공개하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공유하여 개선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회계인 것입니다.
우리가 대학생 시절에 보던 성적표와 회사의 성적표(회계)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대학생의 성적표는 영어 문자로 된 등급(ex. A+)이 표시되는 반면, 회사의 성적표는 숫자로 된 정량적 수치(ex. 1,000,000원)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회계팀의 본질이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대학생들은 성적표 읽는 방법을 알고 있고, 영어 문자는 그 성적을 표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처럼 회계 또한 숫자는 각 회사의 성적을 표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아닌 '숫자를 읽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계팀은 어떤 방식으로 성적표를 작성하는 사람들일까요?

2. 회계팀의 업무

회계팀은 매월 재무제표를 만들고 경영층 대상의 실적보고를 진행합니다. 매 분기 단위로 외부감사인(회계법인) 검토/감사를 받은 후 공시 목적의 자료(감사/검토보고서)를 작성하며, 경영층의 의사결정을 보조하기 위한 각종 숫자 Data를 만드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사의 비용정산과 관련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현업부서의 관련 문의에 답하는 부분도 회계팀의 업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회계팀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재무회계/관리회계/세무회계)로 나누어 집니다.
재무회계 파트는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한 성적표(가계부)를 만드는 부분입니다. 재무회계 파트에서 만든 성적표(재무제표)는 다른 학생(회사)의 성적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일정한 원리원칙에 맞춰 작성됩니다. 이 원리원칙을 준수하기 위하여 재무회계 파트에서는 다양한 결산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관리회계 파트는 내부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성적표(가계부)를 만드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가정의 가계부가 각 가정 별로 1개의 가계부가 있는 것과 달리, 각 회사는 진행하고 있는 사업 영역별로 다수의 가계부를 만들어서 각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개선점을 도출하며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정리하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세무회계 파트는 다양한 세금과 관련된 업무를 다루는 부분입니다. 회사가 제품/서비스를 판매할 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근로자를 고용할 시 발생하는 원천세, 회사의 경영 성과에 대한 소득세에 해당하는 법인세 등의 다양한 세금이 각 회사에 부과되고 있으며, 이 모든 부분이 세무회계 파트의 업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구분에 따른 각 파트별 주요 실무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3. 회계팀의 1년

성적표를 작성하는 기간인 결산 기간이 정해져 있는 회계팀 업무의 특성상, 회계팀의 일 년은 비교적 정형화된 업무 일정에 따라 흘러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월 결산 체계를 운용하는 회사의 경우, 회계팀은 매 월 말 ~ 익월 중순까지 결산 및 실적 보고로 인해 극도로 바쁜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매일 같이 야근에 시달리게 되며, 대부분의 경우 늦은 밤(혹은 새벽) 시간에 택시로 귀가하는 생활 패턴을 보입니다. (물론, 저녁 식사비와 택시비는 대부분 회사에서 월급과 별도로 지급합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소위 이야기하는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기업'의 경우 각 분기 말 성적표(재무제표)에 대한 외부 감사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학생들 중 일부가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성적표를 조작하듯이, 일부 회사가 대중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적표(재무제표)를 조작하는 행위를 막기 위하여 외부의 제 3자(공인회계사)를 통해 성적표(재무제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외부 감사입니다. 이러한 외부 감사의 경우 각 분기 말 재무제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회계팀의 경우 매 분기가 끝나면 한 달 반 정도(연말의 경우 다음 해 초 두 달 반 가량)의 기간 동안 몹시 바빠집니다.
앞서 설명 드린 사항들을 종합하여 회계팀의 일 년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4. 회계팀의 생활

1) 분식회계(?) : 일본 드라마 '감사법인'에서 회계 업무는 분식회계 및 엄격감사와 같은 드라마틱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김과장'에서는 회계 업무가 분식회계라는 어두운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며 회계팀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일 뿐입니다.
2) 장점 : 모든 회사에 존재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이직이 비교적 수월하며, 회사 내에서 부서를 이동할 때에도 RM/자금/세무/기획 등의 다양한 사내 유관 부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업무가 매 월/분기 단위로 일정한 루틴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한가한 시기를 예상하기 쉬워 휴가 계획을 세우는데에 용이합니다.
3) 단점 : 회계 분야 전문 지식을 입증할 방법(회계사 자격증/석사 학위 등)이 없다면 회사에서 오래 성장하기 위해서는 팀을 옮겨야 합니다. 야근이 많고 주말 근무도 종종 생기며 한가한 시기가 한정적이어서 휴가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지 않습니다. 조직 문화가 유연하지 않으며, 결산 기간에는 업무 일정이 타이트하고 업무 강도가 센 편입니다.
4) 야근/주말 근무 : 앞서 설명 드렸던 바와 같이, 결산 기간과 비 결산 기간 사이의 업무량 차이가 큰 부서입니다. 결산 기간에는 거의 매일 야근이 이어지며, 종종 새벽 퇴근과 주말 근무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비 결산 기간에는 일반적으로 근무시간 종료 후 30분 ~ 1시간 내에 퇴근이 가능하며, 저녁 식사도 귀가 후 집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단, M&A 등의 재무/회계적 이슈 사항이 발생하면 해당 년도에는 work-life balance가 급격하게 무너지며, 결산 기간 - 비 결산 기간에 관계 없이 상시적인 야근과 주말 근무가 발생하는 고강도 근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5) Career path : 사내 팀 이동, 혹은 이직이 대표적입니다. 3~5년 가량 회계팀에 근무한 후 재무팀, 경영기획팀, IR팀, Risk 관리팀 등의 업무 상 유관 부서로 팀 이동을 하는 경우가 사내 팀 이동이며, 연봉 등의 근무 조건이 더 나은 회사로 옮기는 것이 이직에 해당합니다. 혹은 퇴사 후 대학원 진학, 유학, 전문직 자격증 공부, 창업 등의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지만, 이는 사내 팀 이동/이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6) 음주/회식 : 금주(禁酒)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부서입니다. 거의 매 월 마다, 보통 월 결산 및 경영 실적 보고 작업이 끝난 후 팀 회식이 진행되며 분기 당 한 번 씩 재무본부 차원의 회식이 추가로 진행됩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경우 외부 감사 작업이 마무리되면 담당 감사인(공인회계사)과 함께 하는 회식도 진행됩니다. 이 모든 회식에 대해 불참(혹은 금주)의 자유가 거의 보장되지 않으며, 특히 막내(사원)의 경우 회식 참석 뿐만 아니라 준비(장소 예약 등)와 뒷정리(비용 정산 등)를 도맡아 진행하게 됩니다.
7) 휴가 사용 : 자유로우면서도 자유롭지 않은 부서입니다. 앞서 설명 드렸던 것처럼 결산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는 경조사를 제외한 휴가 사용이 어려우며, 비 결산 기간의 경우 비교적 긴 기간(일주일 내외)의 휴가 사용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결산 기간을 피하여 미리 휴가를 계획한다면 해외 여행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8) 결혼/육아 : 여성의 경우, 결혼 및 육아라는 측면만 고려하면 추천하고 싶지 않은 부서입니다. 결산 기간 중 야근이 이어지기 때문에 가사노동/육아와의 병행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업무 배정/승진 등에 있어서 불가피한 남녀 차별이 종종 발생합니다. 또한, 결산 기간의 빡빡한 업무 일정으로 인하여 간혹 주말 출근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경우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9)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 개인차가 있지만, 숫자에 대한 민감함과 꼼꼼함이 없는 경우 반복되는 오류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결산 기간에는 타이트한 업무 일정 및 납기로 인해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집니다.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반복성 업무를 좋아하는 경우 적성에 맞다고 느낄 수 있으나, 동일한 결산 프로세스를 동일한 주기에 맞춰 반복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10) 조직 문화 :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회계/자금 관련 사고가 발생할 시 돌이킬 수 없다는 업무의 특성상, 업무상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전사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유지하는 부서 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인 모범생 이미지(Ex. 웹툰 미생 시즌 1의 장백기)의 묵묵하고 성실한 직원을 선호하며,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11) 필요 역량 : 명확한 숫자를 다루고, 특정 계정/업무에서 데이터가 변경될 시 전체 재무제표가 변경되어 유관 부서에 업무상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업무 특성상 꼼꼼한 일 처리가 필요합니다. 매 월/분기 단위로 유사한 운영성 업무를 반복하기 때문에 루틴한 업무에 쉽게 질리는 성격이라면 회계 업무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결산 시기에 업무가 많고 일정이 타이트하여 야근이 잦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업무 일정을 관리하기 위한 거시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사의 모든 경영활동에 대한 성적표를 만드는 부서라는 업무 특성상, 전사의 모든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회계 원칙, 혹은 회사 규정에 의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청 또한 자주 받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No'라는 원칙을 고수해야 하기 때문에 원만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수인 부서가 회계팀입니다.
12) 필요 스펙 : 상경/경영학 전공을 선호하며, 관련 자격증(재경관리사 등) 취득 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사용하는 엑셀 함수(vlookup/sumif/iferror 등)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엑셀 실력을 가진 지원자라면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SAP / 더존 등의 ERP 사용 경험이 있을 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13) 회계팀 지원 취업준비생을 위한 팁 : 제조업 회사에서 원가회계 업무로부터 커리어를 쌓을 것을 추천하며, 재무회계 커리어를 희망하는 경우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 회계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야 합니다. 비상장법인의 경우 외부 감사 및 공시 관련 업무 경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이직 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 상 상위 회사일수록 연결회계와 관련하여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후 해당 그룹 지배구조 상 상위 회사로 지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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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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