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10. 스타트업 찾는 신입, 이것만은!

Created
2024/03/04 05:25
Tags
스타트업
신입사원
취업
본 후기는 필자의 브런치에 게시한 글을 Notion Blog로 옮겨온 것입니다. 브런치 최초 게시 일자는 2018년 4월 2일인 점을 참조 부탁 드립니다.
스타트업에서의 6년차 직장인은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고, 조직의 허리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됩니다.
누군가의 선배/조언자로 회사에서 살아가며 관찰한 결과,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 주의점을 정리해봤습니다.

#1. 기본기를 닦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

신입은 괴롭습니다. 복사기부터 메일 작성법, 전화 받는 법, 기안문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회사 생활이 낯설기만 합니다. 단순히 '업무'를 모르는 수준을 넘어서 회사생활의 기본기조차 모르는 깨끗한 백지(白紙) 상태가 신입입니다.
그런 신입을 보면서 선배도 괴롭습니다. 회사생활의 기본기까지 가르치기에는 지금 당장의 업무가 급하고 너무 바쁜데, 메일/전화와 같은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막내가 실수하면 선배 자신이 함께 욕 먹는다는 점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 분을 어떻게 가르쳐 드려야 얼른 우리 팀에 적응해서 밥값을 할까?' 라는 고민에 사로잡힙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업무 메뉴얼입니다.
업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복사기 사용법, 메일 작성법 등의 간단한 내용도 업무 메뉴얼이 있다면 코칭이 수월해집니다. 새로운 구성원이 올 때마다 말로 설명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는 동시에, 정확한 전달/지시를 위해서는 메뉴얼이 필수입니다. 스타트업은 인력의 유입/유출이 잦고, 신규 인력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는 시간적/자원적 여유가 부족한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일수록 효율적인 신입 사원 교육을 위해서라도 업무 메뉴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기본기를 가르쳐 줄 선배도 없고 업무 메뉴얼도 없는 조직에서 3~4년 간 일한 후 이직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선택입니다. 메일 작성, 전화 응대와 같은 기초조차 흔들리는 경력직에게 더 크고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조직은 흔하지 않을테니까요.
[요약]
회사생활의 기본기부터 가르치는 조직에서 시작하라.
업무 메뉴얼이 있는 조직이 좋은 조직이다.

#2. 구성원 간의 건강한 소통이 가능한 조직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구조가 좀 더 강합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개성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구조만이 정답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다양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작은 실패들로부터 큰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두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가끔은 실수도 저지르고, 업무 처리가 늦어지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신입은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더 많이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실수/실패로 인해 대화가 필요한 순간, 조직의 대처 방법을 보면 해당 조직이 건강한 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든 업무가 시스템화/프로세스화 되지 못한 스타트업의 경우, 실수와 업무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재발 방지 솔루션이 효과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경우, 구성원 간의 건강한 소통이 가능해야만 실수/실패로부터 교훈을 찾고 재발 방지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기업 식의 상명하복 위계질서 구조에 의해 운영되는 스타트업인 경우, 의사결정권자가 실수/실패로부터 교훈을 찾지 못하는 경우 전체 조직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구조 하에서는 실수/실패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 무시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면 해당 조직의 한정된 자원은 낭비되고 구성원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실수와 업무 지연은 원인과 책임 소재를 파악하여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실수/업무 지연을 사유로 부당한 대우, 혹은 비인격적인 대우가 발생해서는 안되며 실수와 실패를 통해서 조직 전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소통 문화를 갖춰나가야 합니다.
[요약]
실수 / 업무 지연이 발생할 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조직에서 시작하라.
구성원 간의 건강한 소통이 불가능한 조직은 실수 / 실패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3. 프로(Professional)답게 일하는 조직

음식을 하면서 간을 맞출 때에는 '설-염-초-장(설탕-소금-식초-장류)'이라는 순서가 있습니다. 분자량이 큰 양념으로 시작해서 작은 양념을 나중에 넣어야 모든 양념이 음식 사이에 잘 스며든다는 의미인데, 회사의 업무 추진 프로세스에도 '설-염-초-장'과 같은 순서가 존재합니다.
모든 업무는 '계획 - 보고(공유) - 실행 - 보고(공유) - Feedback'의 순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무자는 각 개별 업무의 추진 방향을 계획한 후 관리자(상위 직책자)에게 보고(공유)하여 의사 결정을 받고, 의사 결정이 완료된 업무의 실행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책임/권한이 위임되어 실무자의 원활한 업무 추진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실행이 완료된 업무는 다시 상위 직책자에게 보고(공유)되어 성공/실패 사유를 찾고 조직의 lesson-learned으로 삼아야 합니다.
위와 같은 프로세스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때에 해당 조직은 프로(Professional)답게 일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조직의 미래 지향점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각 개별 업무의 추진 방향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관리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해당 개별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세부 사항은 실무자에게 적절한 수준의 결정 권한과 책임이 함께 위임되어야 합니다. 즉, 관리자가 신축 건물의 도면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해당 건물의 시공은 실무자를 믿고 실무자에게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관리자는 실무자의 업무까지 세세히 챙기다 지치고, 늘 시간 부족에 쫓겨 조직의 미래 지향점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행선지를 잊어버리고 갈팡질팡하는 관리자 휘하에서 일하는 실무자는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불안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 결과 조직은 전체적으로 피로해지고, 개별 업무의 성공/실패 사유와 lesson-learned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악순환에 빠진 조직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시간/자원의 여유가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실패의 반복은 큰 위험요소로 작용합니다.
[요약]
'계획 - 보고(공유) - 실행 - 보고(공유) - Feedback'의 순서가 갖춰진 조직에서 시작하라.
관리자가 실무자처럼 일하는 조직은 모두가 지치고 피로해질 수 밖에 없다.

#4. 개인을 존중하고, 개인과 회사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직

저녁 일곱 시, 복사기에게조차 무시 당하는 것 같은 신입은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 같습니다. '아직도 남은 오늘 업무는 어느 세월에 다 하고 가지?'와 '저녁은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겹치는 찰나, 긴급회의가 소집됩니다.
밤 아홉 시, 회의는 끝났지만 배고픈 신입은 파김치가 되었고, 남은 업무는 도리어 늘었습니다. 기존의 남아있던 오늘 업무에 회의록 작성, Action-item 정리 등의 긴급회의 관련 업무가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입은 생각합니다. '집에 가면 열 시, 샤워하고 저녁 먹으면 열한 시, 오늘도 집에서 새벽까지 일해야 내일 혼나지 않겠구나... (한숨)'
결국 새벽 두시에 간신히 잠든 신입은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 하며 지각을 면하기 위해 회사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립니다. 아침 잠조차 깨지 않은 멍한 머리로 사내 메일에 접속하니 밤새 업무 지시 메일이 추가로 쌓여 있습니다. 메일의 발신 시간을 확인하니 밤 12시, 새벽 1시. 신입은 괴로워합니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피로에 절은 신입은 오늘도 기계적으로 일하고, 저녁 일곱 시에 다시 고민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몇시 쯤 퇴근할 수 있을까?'라고. 이렇게 매일 같이 초과 근무와 야근에 시달리던 신입은 결국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조기 퇴사의 길을 선택합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노동생산성 꼴찌권, 근무시간 1위, 수면시간 꼴찌,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근무 패턴은 회사의 업종/규모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스타트업에게는 특히 위험요소로 작용합니다. 시간/인적 자원이 부족한 대다수 스타트업의 특성 상 이와 같은 과로 노동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급여/복리 후생 등의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스타트업의 특성 상 노동 시간 대비 보상이 낮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신입사원이 각종 서류 업무와 허드렛일에 지쳐 해당 조직 내에서의 역량 성장 가능성을 의심할 때에, 스타트업 신입사원은 각종 업무의 최전방에서 다양한 풍파(風波)를 이겨내며 단시간 내에 급격한 압축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압축 성장'이라는 경험도 적절한 휴식과 교육이 주어져야만 당사자에게 효용 가치가 있는 장점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에 지친 신입은 자신의 성장 정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고, 모든 업무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일합니다. 하지만, 피로하고 불행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노동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여가 시간과 성향이 존중되지 못하는 조직의 신입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일은 결국 사람에 의해 수행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노동하는 개인이 행복하지 못한 조직은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일하는 개인이 행복하지 않음에도 좋은 성과가 만들어지는 조직은 오래 갈 수 없는 사상누각(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에 불과합니다.
[요약]
개인의 여가 시간과 성향이 존중되는,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조직에서 시작하라.
스타트업의 '압축 성장'이라는 장점도 과로 노동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본 글은 독자 여러분의 이해와 준비를 돕기 위한 글로, 본 글의 작성자는 본 글의 내용상 오류나 누락에 대해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본 블로그의 모든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귀속되나, 내용의 수정 없이 출처를 밝히고 공유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글을 공유하실 때에는 공유해가신 곳을 각 글의 리플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Last updated 2024.03.07
Copyright ⓒ2024, 알음(이은지)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