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HR 커뮤니티 인살롱에 업로드한 글과 동일합니다 :D
'DT(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라는 키워드가 최근 몇년간 기업 경영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IT 관련 사내 교육 운영이 HRD 담당자의 필수 업무로 떠올랐습니다. 또한, 급격한 경기 변동으로 인해 긴축 경영이 이어지면서 개발 관련 인력 조달의 방법이 '사서 쓴다'(신규 채용)로부터 '길러서 쓴다'(내부 인력 재교육 : Re-skilling 등)로 이동하는 흐름도 느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IT 교육 참가자 - 기획자 - 운영자의 입장을 모두 겪어보며 느낀 기업 내부 IT 교육의 현실은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한 걸음 더 앞서 가는 IT 교육을 운영하고 싶은 HRD 담당자 분들을 위한 한끗 HR 다섯 번째 이야기, 'IT 교육 담당자를 위한 질문'입니다.
1. IT 교육 운영은 왜 필요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방향으로 나뉠 수 있겠지만, 'DT 키워드에 발맞춘 구성원의 역량 향상'이 주된 답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IT 교육 과정의 참가자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저의 경우, 지금은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며 조만간 통계/데이터과학을 복수전공할 예정일 정도로 데이터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당히 엉뚱한 계기로 '빅데이터'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2011년 가을,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의 HR 정책에 따라 부서별로 할당된 사내 교육 과정 이수 목표를 채우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할당된 온라인 교육과정을 통해서 '빅데이터'를 처음 접했기 때문인데요. 그때만 해도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명확했습니다.
“지금 내 업무 처리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이걸 대체 왜 들어야 하는거지?”
그 당시의 저는 단 한푼의 개발비 예산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10,000개가 넘는 전사의 모든 유형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지금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엑셀 + 파워 쿼리 + 매크로 정도만 조합하면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그 당시에는 방법도 몰랐고 아이디어 또는 힌트를 줄 수 있는 분도 주위에 없어서 블랙홀 너머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부족했던 저의 주니어 시절을 소개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당시의 저에게 필요한 교육이 '빅데이터 개론'이었을까요? 그 시간에 파워 쿼리와 매크로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Tool 개발 방법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빠르게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즉, 'IT 교육 운영이 왜 필요한가?'는 생각외로 중요하지 않은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더 먼저,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교육 참가자는 왜, 어떤 목적으로 해당 교육을 신청한 것일까요?
2. 교육 참가자의 사전 지식 수준은 어느정도일까요?
'걷기부터 가능해야 뜀박질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IT 교육은 지금 '걷기'를 가르치고 있을까요?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다수의 대기업이 'DT' 키워드에 주목하여 다양한 사내 IT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과정을 통해서 '파이썬', 'SQL' 등의 각종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기초적인 맛보기 단계를 경험한 구성원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해당 구성원 모두에게 '파이썬'과 'SQL'이 유료 교육을 수강해야 할만큼 꼭 필요할까요?
경기가 나쁘지 않아서 HRD 관련 예산이 충분히 주어지는 시기에는 'DT'에 대한 범용적 이해의 차원에서 '파이썬'이나 'SQL'을 수강하는 것 또한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최적의 해를 찾아야 하는 시기에는 좀 더 단기적/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교육의 운영이 필요합니다.
앞서 1번 질문에서 소개 드렸던 저 자신의 사례에 빗대어 말씀드리자면, '빅데이터 개론'보다는 '파워 쿼리와 매크로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Tool 개발 방법'이 지금의 필요에 맞닿아 있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에 Raw Data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파이썬과 SQL을 조합해서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보다 엑셀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가공하고 차트 기능으로 시각화를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엑셀의 경우 비전공자 사무직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좀 더 높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속도 또한 그만큼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가 운영할 교육과정에 참가하는 분들께서 가지고 계신 사전 지식 수준은 어느정도일까요? 이 질문이 필요한 이유를 앞서 예시로 든 SQL과 엑셀을 가지고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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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을 잘 다루는 분이 SQL도 훨씬 빨리 배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적인 논리 구조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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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L도 솔루션의 종류가 다양하고, 종류별로 초기 학습자가 느끼는 난이도 차이도 큽니다.
실제 현업에서 자주 사용되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에도 자주 접하게 되는 SQL 솔루션으로는 MySQL, PostgreSQL, Oracle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솔루션은 같은 SQL이지만 특징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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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QL :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초기 진입 장벽이 낮고, 배우기도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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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greSQL : 고급 기능이 많고 확장성이 뛰어나지만, Windows 기반 PC에 초기 셋팅을 진행할 시 각종 오류가 다양하게 많이 발생하여 초기 진입 장벽이 다소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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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cle : 보안 기능이 강력하여 대기업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학습 과정에서 개인이 개별적으로 학습할 시 라이선스 비용 문제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할 시, '평생 처음으로 SQL을 배우는 비전공자 사무직군'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개발직군'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이 필요로 하는 SQL 솔루션은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비전공자 대상으로 3~4일 단기과정으로 SQL 입문/초급 과정을 운영할 시 PostgreSQL을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Windows 기반 PC 상에서 발생하는 셋팅 문제 때문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비전공자의 특성상 다양한 에러 메시지에 대한 자체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교육과정 초반에 해당 오류 해결을 위해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 커리큘럼 정상 진행에 방해가 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즉, 최신 트랜드의 기술이 'DT'의 답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PostgreSQL이나 Oracle SQL 솔루션이 필요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MySQL이나 엑셀 스프레드시트만으로도 '적정 기술'일 수 있습니다. 혹은, 지금 당장 PostgreSQL이나 Oracle SQL 솔루션을 다루기에는 SQL의 기본 개념과 원리조차 생소한 교육 참가자도 다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참가자에게는 그에 맞는 '적정 기술'이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기술보다 현실적으로 더 와닿는 교육 과정일 것입니다.
3. 우리 회사는 지금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있나요?
경영학 또는 교육학을 전공하신 후에 HRD 담당자로 일하고 계시다면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일 수 있습니다. IT 기술의 특성상, 사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소위 말하는 '기술 스택')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한다는 점이 이러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자원과 노력을 들여 기획하고 운영한 교육과정이 현업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기술 스택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각 분야별 기술 스택의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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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L : MySQL, PostgreSQL, Oracle SQL, MariaDB, NoSQL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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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 : Python, R, SASS 패키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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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드 개발 : HTML, CSS, Javascript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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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엔드 개발 : PHP, Node.js, Javascript, C++, C#, Java, Python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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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 SAP, Oracle, 더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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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용 3D 그래픽 솔루션 도구 : 언리얼 엔진, 유니티 엔진 등
백엔드 개발의 표준 언어를 C++로 사용하고 있는 회사에서 Python을 기반으로 하는 백엔드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전사 성과 향상에 있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최근 트랜드에 기반한 새로운 언어를 교육과정에 추가하는 것이 장기적인 전사 성과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금의 필요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시, HRD 담당자가 기술 스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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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참가자의 교육과정 개설 내역에 대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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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기술 스택 분야에 대한 강사 구인 상의 어려움으로 인한 교육과정 개설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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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운영 담당 외주 업체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할 시) 사내 기술 스택과 무관한 기술에 대한 교육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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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운영 담당 외주 업체 관계자(또는 교육과정 담당 강사)가 사내 HRD 담당자를 무시하는 경우
즉, IT 교육과정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면 기술 트랜드와 사내 기술 스택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담당 업무에 대해 무탈하게 처리하고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HR 트랜드를 쫓아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트랜드와 사내 기술 스택을 놓치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에서 뒷담화나 무시의 대상이 될 위험성이 높으며 그만큼 성공적인 IT 교육 운영으로부터는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은 없지만, 사내 IT 교육 기획/운영이야말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러 형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는 합니다. 저 또한 (교육 운영 담당 외주 업체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사내 IT 교육 기획/운영 담당자 분들을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다양한 장/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했습니다.
출처 : 뿅뿅지구오락실 시즌1
(너무나 뻔한 답이라서 죄송스럽지만) 저는 그 답을 엉뚱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뿅뿅지구오락실'에서 찾았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자 중 한 명인 래퍼 이영지씨는 시즌 1에서 함께 출연한 개그우먼 이은지씨에게 "언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시즌 2에서는 반대로 이은지씨가 이영지씨에게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해 묻습니다. 그 때, 이영지씨는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다른 특별한 것은 없어, 피사체를 사랑하면 돼.
출처 : 뿅뿅지구오락실 시즌2
교육이야말로 '참가자를 사랑하는 것'이 '교육과정을 잘 기획/운영하는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교육 참가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의 현재 상황(배경지식 수준/사내 기술 스택 및 관련 환경)과 미래 목표 지점(수강 목적) 사이의 간극을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HR 방법론이나 교육학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부족을 뛰어넘어 좋은 사내 IT 교육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을 여러분께 소개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추신. 다음 글에서 보시고 싶으신 주제가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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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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